월세 받아도 '마이너스 수익률'… 건물주도 줄줄이 경매

김노향 기자 2023. 12. 29. 06:1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머니S리포트 - 수익형부동산의 '위기'(1)] 은퇴자산 투자 단골 '수익형부동산' 무너졌다

[편집자주]은퇴 자산의 투자 단골일 뿐 아니라 금리·대출 규제시대에 효자상품이던 '수익형부동산'이 무너졌다. 2021년 하반기 시작된 고금리 여파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빠르게 커지자 정부가 특례 보금자리론 등 아파트 지원을 강화해 비아파트 자산과의 격차가 더욱 심화됐다.

한국부동산원 조사 결과 올 3분기 기준 상업용부동산의 투자수익률은 0%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는 투자자의 대출이자 비용을 반영하지 않은 투자자본 대비 임대수익을 나타낸 수치다. /사진=이미지투데이
◆기사 게재 순서
(1) 월세 받아도 '마이너스 수익률'… 건물주도 줄줄이 경매
(2) [르포] 강남 최고 입지 '원베일리 상가' 고분양가에 공실 폭탄
(3) 강남 주상복합 시행사 월이자 '40억'… 브리지론 10%대 급상승

아파트 대체재로서 투자금이 몰렸던 주거형 오피스텔은 2020년 정부의 주택 수 포함 규제로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부담이 커졌다. 오피스와 유사하면서 제조업 등 특정 업종의 입주 시 법인세 감면 혜택 등을 제공했던 지식산업센터(지산)도 한때 분양가의 70~80% 대출이 가능했다가 고금리 시대에 이자 폭탄으로 돌아왔다.

법적으로 주거가 불가함에도 주거 용도로 분양 사기가 횡행했던 생활숙박시설(생숙)도 수익형부동산의 뇌관이 됐다. 정부는 올 10월 생숙을 오피스텔로 용도변경 시 불법 거주에 따른 이행강제금(공시가격의 연 10%)을 1년 유예하기로 했으나, 경기 남양주시 등에서 일부 생숙이 용도변경 '불허' 결정을 받아 투자자들이 수렁에 빠졌다.

한국부동산원 조사 결과 올 3분기 기준 상업용부동산의 투자수익률은 0%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는 투자자의 대출이자 비용을 반영하지 않은 투자자본 대비 임대수익을 나타낸 수치다. 이자 비용 반영 시 마이너스(-) 수익률이 추정된다. 투자자들은 손실을 줄이기 위해 월세를 높일 수밖에 없고 경기침체로 월세 계약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공실과 경매행도 빠르게 늘고 있다.


부동산 불황 신호 '분양 마케팅' 기승


# "고객님, 안녕하세요. 동대문 자이 오피스텔과 상가 프로모션 안내를 위해 전화 드렸습니다!"

GS건설 계열 자이S&D가 시공사로 참여한 '신설동역 자이르네'가 2024년 11월 준공을 약 1년 앞두고 미분양 털어내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신설동역 자이르네는 올 5월부터 분양가를 가구당 최대 1억5000만원 낮춰 분양하고 있다. 서울에서 분양가를 할인한 첫 대형 건설업체 브랜드다.

신설동역 자이르네는 서울특별시 동대문구 신설동 96-48번지 일원에 도시형생활주택 143가구와 오피스텔 95호실, 근린생활시설(상가) 37실로 구성된 주상복합 단지다. 지하철 1·2호선과 우이신설선이 지나는 신설동역 초역세권 단지로 최신 트렌드인 1층 스트리트몰임에도 지난해 4월과 5월 오피스텔·도시형생활주택, 10월 상가 분양이 다 실패했다.

오피스텔 분양가는 최고 약 9억6370만원(전용면적 55㎡)으로 알려졌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현재 유사 면적의 분양권 호가는 8억3310만~9억4420만원이다. 상가 분양가는 2억8864만~14억2544만원으로 3.3㎡(평)당 2498만~5889만원으로 알려졌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높은 분양가에도 베팅했던 투자자들이 금리가 상승해 투자 수익률이 하락하다 보니 손실을 메우기 위해 월세를 높이게 되고 자영업 경기도 나빠서 공실이 늘고 있다"면서 "광명, 안산 등 수도권 주요 아파트 단지의 1층 상가가 통째로 공실인 경우를 흔히 볼 수 있고 심지어 강남도 공실이 심하다"고 설명했다.
그래픽=강지호 디자인 기자


서울 상가빌딩도 경매… '10건 중 3건' 낙찰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서울의 상가빌딩이 경매로 등장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공실은 늘고 이자를 감당하기가 힘들어 빌딩을 처분하는 건물주들이 늘고 있다.

부동산경매정보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해 서울에서 경매시장에 매물로 등장한 감정가 300억원 이하 근린생활시설 빌딩은 109건(12월18일 집계 기준)으로 지난해의 67건보다 42건(62.7%) 증가했다. 12월 말 기준 경매 건수는 더 늘어날 수 있다. 2020~2021년에 경매로 나온 꼬마빌딩 수는 77건, 71건을 기록했다.

강남3구(강남·서초·송파)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 10월 강남3구에 경매로 나온 4개의 꼬마빌딩 모두 유찰되기에 이르렀다. 올해 꼬마빌딩 경매 매각률은 34.6%로 서울 상가빌딩이 경매시장에서 10건 중 3건만 낙찰된 셈이다.

경매시장에 등장한 꼬마빌딩의 수가 급격히 증가한 데는 공실로 인한 투자 수익률 하락이 원인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 한국부동산원 조사에 따르면 올 3분기 상업용부동산의 공실률은 9.8%로 나타났다.

투자 수익률은 ▲오피스 1.00% ▲중대형(3층 또는 연면적 330㎡ 이상) 상가 0.65% ▲소형(2층 또는 연면적 330㎡ 이하) 상가 0.59% ▲집합(개별 소유) 상가 0.84%로 조사됐다. 자산가치 변동을 나타내는 자본 수익률은 더 낮아 ▲오피스 0.24% ▲중대형 상가 0.02% ▲소규모 상가 -0.01% ▲집합 상가 -0.04% 등으로 나타났다. 저금리 시대에 수익형부동산으로 투자금이 몰려 월세 수익이 아닌 매매가 상승을 기대한 수요가 많았음을 고려하면 자본 수익률의 하락은 더욱 심각한 상황으로 풀이된다.

이주현 지지옥션 전문위원은 "투자자별 대출금액이 다르겠지만 100% 현금으로 사는 경우는 거의 없어 이자비용을 반영 시 수익률은 마이너스로 추정할 수 있다"면서 "다만 부채 역시 자산의 일부라고 볼 때 수익률이 단순히 얼마라고 단정하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김노향 기자 merry@mt.co.kr
<저작권자 ⓒ '성공을 꿈꾸는 사람들의 경제 뉴스'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머니S & moneys.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